소설이 원작인 거 알고 있었나요?
바즈 루어만 감독의 <위대한 개츠비 2013>는 수차례 영상화된 <위대한 개츠비> 중 가장 유명한 버전이다.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할리우드 감독 중 가장 화려한 연출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스콧 피츠제럴드가 1925년 발표한 20세기 최고의 영문학 작품이다. 작가 피츠제럴드는 개츠비라는 인물에 자신을, 데이지라는 인물에는 자신의 부인 젤다를 투영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자전적 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다.
시대적 배경을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사실 3가지
사실 1. 1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직후
사실 2. 종교를 멀리하던 때
사실 3. 술을 사고파는 것이 금지된 시대
<위대한 개츠비>가 발표된 1925년은 세계 1차 대전이 끝난 직후였다. 사람들은 기존 문명을 지배하고 있던 '종교'에 차츰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구시대적 발상을 배척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서양문명에서 종교를 우선순위로 두지 않기 시작했다는 것. 이것은 완전한 새로운 시대의 선포와 새로운 목소리의 전파를 뜻했다. 이 시대의 미국에서는 사회적인, 또 종교적인 문제로 술을 사고파는 것을 금지하는 '금주법'이 시행되고 있었다. 극 중 개츠비는 바로 이 금주법을 어기고 술을 만들어 유통하는 '주류 밀수업자' 였던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부는 쌓여가지만 도덕적 관념은 해이해졌던 '잃어버린 세대'의 특징과 1920년대 '재즈 시대'의 화려함을 완벽하게 담아내고 있다.
개츠비, 왜 위대할까?
개츠비가 위대한 이유는 물질만능주의 시대에서 돈은 그저 수단을 뿐인 개츠비였던 것이다. 비록 부의 축적을 위해 불법적인 일을 했지만 이는 데이지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그에게 돈은 수단이었지 결코 목표가 아니었던 것이다. 개츠비는 전형적인 뉴 머니(졸부), 데이지와 남편 톰은 올드 머니(유서 깊은 상류층)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작가 피츠제럴드는 개츠비와 닉을 '웨스트 에그'라는 지역으로 보냈고 톰과 데이지 부부를 '이스트 에그'로 보냈다. 이 지역은 실제 뉴욕에 존재하는 지역에서 유래했는데 '웨스트 에드'는 '웨스트 햄튼'에서, '이스트 에그'는 '이스트 햄튼'에서 유래되었다. 이스트 햄튼은 가문 대대로 돈이 많은 상류층이 거주하는 곳이고 웨스트 햄튼은 자수성가를 하면서 돈은 많이 벌었지만 사회적 계층은 비교적 낮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이다. 즉, 그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부터 그들의 좁혀지지 않는 거리가 묘사된 샘이다. 돈은 내가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사회적 계층은 내가 원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깐 말이다.
아메리칸드림은 더 이상 없다.
매일 밤 개츠비가 혼자 우두커니 데이지의 집 앞에 서있는다. 그리고 빛나는 초록 불빛에 손을 뻗고 있는 건 아주 비극적인 행동이었다고 볼 수 있다. 개츠비는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데이지라는 잘못된 목표에 쏟고 있었던 것이다.
작가가 바라본 당시 미국 사회도 이러했다. 작가는 온 미국인들이 에너지를 잘못된 곳으로 쏟아붓고 있다고 생각했다. 개츠비는 모든 미국인들이 꿈꾸는 ‘아메리칸드림’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꿈을 꾸고 노력하면 모두가 성공할 수 있다는 그 아메리칸드림 말이다. 영화 속에선 등장하지 않지만 원작에서는 개츠비의 아버지가 아들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이때 아버지는 닉에게 개츠비가 ‘제임스 개츠’ 였던 어린 시절 작성했던 스케줄 표를 보여 준다.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아주 세세하게 적어놓았던 그 목표들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자 아메리칸드림의 아이콘으로 알려져 있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자서전>을 생각하게 한다. 그가 얼마나 성공을 위해 달려온 사람이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하지만 개츠비는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단 하나. 데이지라는 그 꿈에 닿지 못한 채 그의 꿈은 실패로 끝나버린 것이다. 피츠제럴드는 말하고 있다. 아메리칸드림 따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러나 개츠비의 죽음은 꿈이 무의미하다거나 이 세계는 썩어버린 채로 지속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메리칸드림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이상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개츠비 같은 위대한 인물들의 시도가 계속될 것이다. 닉과 같은 인물들이 그들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 자체가 시대를 바꾸고 있다고 이 작품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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