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혜자의 대상 수상 소감은 두고두고 화제가 되었다. 감동적인 그녀의 수상 소감은 그녀가 출연했던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대사를 인용하였다. 제55회 백상 시상식 현장 객석에 앉아서 보던 사람들도, TV를 통해 보는 시청자도 모두 감동의 눈시울을 붉혔다.
내 삶은 때론 행복했고 때론 불행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의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콤한 바람, 해 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는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구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김혜자: 백상 예술 대상 시상식 소감>
오늘 리뷰할 드라마는 김혜자, 한지민 주연의 <눈이 부시게>이다.
줄거리 정보
어린 시절 바닷가에 놀러 갔다 우연히 시간을 돌리는 시계를 줍게 된 혜자(한지민). 시계로 시간을 돌리면 부작용으로 남들보다 혜자의 시간은 더 빨리 흐른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시계를 봉인하게 된다. 그러다 성인이 된 후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게 되고. 혜자는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시계를 이용해 시간을 돌린다. 몇십 번의 시계가 돌려지고 아빠는 소원대로 살았지만 타임슬립 부작용으로 하루아침에 70대 노인으로 변해버렸다. 꽃 같던 20대 혜자는 믿을 수 없는 현실 앞에 방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 눈물을 하염없이 흘린다. 하지만 이내 변한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살아가기러 결심한다.
등장인물 그리고 결말
김혜자역의 김혜자
초반 6화까지는 판타지가 들어간 타임슬립 드라마로 내용이 전개된다. 김혜자와 한지민이 '김혜자'역을 연기했다. 20대 아가씨에서 갑자기 70대 노인이 되어버린 혜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20대 친구들과의 만남보다 노인들이 많은 복지관이 더 편해짐을 느낀다. 아무리 쇼핑하고 걸어도 지치지 않는 20대의 체력을 함께 하기엔 무리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오빠 영수(손호준)의 유튜브에 나오게 되면서 본격적인 할매 방송을 하게 된다. 누가 봐도 할머니인데 20대라고 당당히 소개를 하는 혜자. 판타지 같은 내용이지만 사실 혜자는 치매에 걸린 노인이다. 알츠하이머에 걸려 20대의 기억으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7화 부터는 본격 휴먼 드라마로 전환되는데 곳곳에 눈물 버튼이 한없이 장착되어 있다.
김혜자역의 한지민
한지민은 극중 아나운서를 꿈꾸지만 최선을 다하지는 않는다. 성우로 전향을 하고자 하지만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대학교 모임에서 만난 준하 (남주혁) 와의 인연으로 둘은 썸 타는 관계가 된다. 혜자의 20대 시절을 연기한 한지민은 현실에선 혜자의 젊은 시절 아나운서 지망생으로 나온다. 기자인 준하 (남주혁)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아 행복한 신혼 생활을 보내지만 민주화 운동에 휩쓸리며 남편은 사망하게 된다. 이후 억척스럽게 홀로 아들을 키우며 모진 엄마로 나온다.
혜자의 썸남 준하역의 남주혁
온갖 불행 소스 범벅인 준하 (남주혁)는 어릴때 어머니는 집을 나가고 아버지는 양아치이다. 할머니와 단둘이 가난하게 살아가다 이사 온 동네에서 우연히 혜자를 만나게 된다. 이후 둘은 썸 타는 관계로 발전된다. 기자가 되고 싶었던 준하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복지관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약을 파는 직원으로 일을 하게 된다. 그런데 현실에선 준하는 요양원의 담당 의사 김상현으로 밝혀진다. 혜자의 젊은 시절 남편과 너무도 닮아 혜자의 알츠하이머 속에선 동네 썸남 준하이자, 옛날에 사망한 남편이었던 것이다.
혜자의 오빠 영수역의 손호준
멀쩡하게 생겨선 할일 없이 매번 동생을 약 올리는 취미가 있다. 번듯한 직장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하나도 유명하지 않은 유튜버 BJ를 하며 대박을 꿈꾼다. 혜자의 친구 현주의 첫사랑으로 나오지만 참 찌질한 캐릭터이다. 천성이 게으르고 매사 진정성이 없지만 마음만큼은 따뜻하다. 혜자의 치매 속엔 오빠로 등장하지만 사실 영수는 준하와 혜자의 손자인 이민수로 유명한 BJ이며 사업가이다.
혜자의 아버지 김상운역의 안내상
택시 운전 기사였던 상운은 딸에겐 늘 다정하고 친구 같은 아빠였다. 교통사고 이후 혜자의 시계, 타임슬립으로 살았지만 이후 택시를 그만두고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을 한다. 치매에 걸린 혜자는 자신이 20대라고 생각하며 아빠를 대하지만 아빠는 그런 혜자가 여전히 어색하다. 어느 날 잠에서 깬 혜자는 아빠의 다리 한쪽이 의족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실 현실에서 상운은 혜자의 아들로 어릴 때부터 독하게 키워졌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없었고, 다리가 불편해 늘 놀림의 대상이었던 상운은 왜 그토록 어머니가 자신에게 모질게 대했었는지 이유가 밝혀지며 눈물을 흘린다.
문정은역의 이정은
초반 김혜자의 어머니로 동네 작은 미용실을 운영하는 걸로 나온다. 하지만 사실은 혜자의 며느리로 지극정성으로 어머니를 모시는 착하고 마음씨 고운 며느리이다. 남편 상운은 아내에게 참 못하는 사람인데 표현이 구중 제일 최악인 것 같았다. 다리가 불편한 남편과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는 정은에게 미안한 마음에 이혼을 요구하지만 정은은 이혼하지 않는다. 드라마 마지막엔 시어머니 혜자와 남편과 함께 시골로 내려가 생활한다.
큰 울림을 주는 드라마
살면서 한번도 노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진 않았다.
그저 나이들면 느려지고, 귀가 좀 어두워지고, 행동반경이 작아질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눈이 부시게>라는 드라마는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노인의 시선에서 세상을 살짝 들여다본 느낌이 들었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늙는다. 언제나 젊고 아름다울 순 없는 것이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초반에는 판타지 드라마 인 줄 알고 재미있게 보았는데, 드라마를 보면 볼수록 정말 큰 깨달음을 준다는 걸 많이 느꼈다. 알츠하이머라는 병은 내가 제일 행복했던 때로, 때론 제일 슬펐던 때로 다시 타임슬립 시키는 판타지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지금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떻게 나이를 먹는 게 좋을지, 지금의 젊음이 참으로 아름답고 귀하다는 것 또한 많이 느끼게 되는 작품이었다.
이번 주말에는 인생을 다시금 돌아보게 될 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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