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영화의 정석, 로마의 휴일 줄거리 요약
호화롭고 딱딱하고 지루한 생활에 답답함을 느낀 앤 공주는 왕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밤에 몰래 빠져나가 우연히 만난 미국인 기자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이다. 우아하고 격식 있는 공주는 남자 주인공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하루 동안 명랑하고 호기심 많은 소녀처럼 사랑스럽기만 하다. 하룻밤의 달콤한 꿈처럼 그들의 사랑은 끝끝내 이루어질 순 없었지만 영원히 기억될 로맨틱한 순간과 명작이라는 타이틀이 남은 영화이다.1955년에 개봉한 <로마의 휴일> 은 로맨틱 영화의 정석 이자, 시대를 초월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이라 생각할 수 있겠다. 흑백 고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한번 보게 된다면 로마행 비행기를 검색하게 만드는 영화 이기도 하다. 무명 배우였던 오드리 헵번을 단숨에 스타로 만들어준 영화이며, 영화 속에서 헵번이 입은 옷 스타일은 수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자유를 꿈꾸는 명랑한 공주의 일탈
빽빽한 일정과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 앤 공주의 하루는 무척이나 바쁘지만 공주답게 순조롭게 소화를 한다. 이번 순방지인 로마에서는 대대로 뉴스보도를 하며 앤 공주의 방문을 축하하고 있다. 대사관에서 주최하는 무도회에서 앤 공주는 각국의 대사들과 한 명 한 명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눈다. 온종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침실로 돌아온 앤은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곤 창가로 뛰어 간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선상파티에서 즐겁게 즐기는 시민들의 삶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백작부인이 우유와 크래커, 장미 한 송이를 담은 꽃병을 들고 들어 온다. 또 다시 빽빽한 일정을 알려주던 백작부인의 보고에 앤은 싫다고 얘기를 하며 아이처럼 울면서 소리를 지른다. 백작부인은 빠르게 주치의를 부른다. 주치의에게 칭얼대며 부끄럽게 울었다고 고백하는 앤은 쉽게 잠들지 못하는 그녀에게 수면제를 놓아두며 앤을 달래 준다. 그러나 그녀는 한참이 지나도 잠은 오지 않는다. 창 밖의 로마의 풍경을 잠깐 바라보다 앤은 몰래 대사관을 빠져나온다.무사히 탈출에 성공한 앤은 숨어 들어간 트럭 뒤 켠에 앉아 로맨틱한 로마의 밤거리를 구경한다. 그런데 이제야 수면제의 효과가 오는지 조금씩 졸음이 몰려온다.
미국에서 온 기자, 조 브래들리
희뿌연 담배연기, 동그란 탁자, 포커 카드와 술잔들. 각국에서 로마로 파견 나온 기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내기 도박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온 조 브래들리, 그는 몇 달째 집세가 밀리도록 특종기사 하나 잡지 못하고 있었다. 다음날 순방 중인 앤 공주의 취재를 기약하며 집으로 돌아오던 그가 술에 취한 듯 길에서 잠꼬대를 하고 있는 한 여자를 보게 된다. 늦은 밤거리에서 위험하게 잠든 여자를 두고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그는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그녀는 술에 취한 듯 주절 주절 헛소리를 하며 옷 벗는 걸 도와 달라고 요청한다. 조는 난감해 한다. 스카프 하나를 풀어주곤 나머지는 스스로 하라고 얘기하며 옷을 갈아입는 동안 아파트 밖에서 기다린다. 그녀에겐 딱딱한 소파를 조는 푹신한 침대에서 잠을 청한다. 한편 공주가 사라진 대사관은 발칵 뒤집히고 난리가 났다.
꿈같이 달콤한 로마의 하루
앤 공주의 인터뷰 시간이 훌쩍 지난 뒤 깨어난 조는 부랴부랴 신문사로 뛰어간다. 앤 공주는 여전히 숙면을 취하고 있다. 그의 지각에 화가 잔뜩 나있던 국장은 특종 거리를 찾아 오라며 그를 압박한다. 그런데 국장이 건넨 신문기사에서 앤 공주의 사진을 본 조는 깜짝 놀란다. 본인의 집 소파에서 자고 있던 그녀가 바로 앤 공주였던 것이다. 특종을 잡아야 했던 그는 잠에서 깨어난 앤에게 매우 친절하게 자신을 소개한다. 앤 공주는 본인을 애니아라고 소개했고, 조는 속아주는 척 반갑게 맞아준다. 그는 앤이 씻는 사이 친구이자 사진기자인 어빙에게 전화해 밀착 취재를 준비한다. 난생처음 왕실을 벗어나 좁은 아파트에서 하룻밤을 보낸 앤은 약속에 늦었다며 작별인사를 하고 조에게서 돈을 빌린 후 떠난다. 처음 가진 자유를 두고 바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생소한 시내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눈앞의 공주를 놓칠 수 없었던 조도 앤의 뒤를 바짝 따라간다. 북적거리는 시장에서 신발도 사고 미용실에 들어가 짧은 헤어 컷을 부탁한다. 미용사는 그녀가 매우 짧게 잘라 달라는 파격적인 요구에 당황한다. 그러나 짧은 숏 컷이 매우 잘 어울리는 앤은 거울을 바라보며 무척 만족해한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미용실을 나온 앤은 젤라토도 사 먹고 맘씨 좋은 꽃 장수에게 꽃 한 송이도 선물 받는다. 로마의 거리에서 해방감을 만끽하고 있던 때에 조가 우연인 듯 나타난다. 그녀가 돌아가기 전 취재 거리를 잡아야 했던 조는 앤에게 하고 싶은 것이 없는지 물어본다. 앤은 노상 카페에 앉아있기, 빗속에서 걸어 보기 등 소소한 일상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앤의 소원대로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서 어빙을 만나 앤의 첫 시가렛 피우는 장면을 몰래 촬영한다. 카페를 나와 스쿠터를 타고 로마 시내를 구경하는 앤과 조 그리고 그들을 몰래 촬영 하는 사진기사 어빙. 그들은 ‘진실의 입’ 앞으로 가 거짓말을 하면 손이 잘린다는 조의 이야기를 듣는다. 조는 진실의 입에 손을 집어 넣고 손이 잘린 듯 장난을 치고 앤은 잠깐 속았지만 그것마저 즐겁기만 하다. (여담이지만 손 없어지게 하는 연출은 그레고리 팩의 아이디어였다고 합니다) 어느새 해가 저물고 들떠있는 앤과 함께 선상 파티에 도착한다. 그곳에는 공주를 찾고 있던 비밀 요원들이 대기중이다. 기회가 되는 대로 사진 찍기에 바쁜 어빙과 조.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라준 미용사와 춤을 추는 앤은 그저 즐겁기만 하다. 그때 공주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요원이 다가와 앤을 막무가내로 데려가려고 한다. 공주를 데려가려던 요원들을 조와 어빙이 저지하자 난투극이 벌어진다. 혼란을 틈타 무대 뒤로 몰래 빠져나온 두 사람을 따라붙은 요원은 조를 때려 물에 빠뜨린다. 앤은 요원을 밀치고 조를 따라 물에 뛰어 든다. 어쩌다 보니 우연과 꿈같은 하루를 보낸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마음도 커가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대사관으로 돌아가야 했던 앤은 뜨거운 포옹과 키스로 조와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로마에서의 마지막 기자회견
다음날 국장이 조의 아파트로 찾아온다. 그 전날 조는 특종 거리가 있다며 국장에게 내기까지 걸어 두었기 때문이다. 찾아와 특종 기사를 내놓으라고 조에게 닦달 하지만 조는 앤과의 그날 일을 기사로 낼 생각이 없다. 로마에서의 마지막 기자회견이 시작되었다. 다시 우아한 공주로 돌아간 앤은 기자석에 서있는 조와 어빙을 발견한다. 잠깐 놀랐지만 먼발치에서 서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던 이들은 아쉬운 눈빛으로 감정을 대신한다. 그리고 간접적으로 마나 서로가 진실 했음을 고백한다. 한 기자가 묻는다. 어떤 도시가 제일 좋았었냐고. 앤은 대답한다. 모든 도시가 다 특별하고 아름답지만 특별히 ‘로마’를 기억할거라고. 아마도 조를 기억하겠다는 앤 공주의 뜻이었다고 생각한다. 기자 회견이 끝나고 공주는 갑작스럽게 모든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겠다고 제안한다. 모든 기자들과 한 명 한 명 인사를 나눈 후 어빙과 인사를 나눈다. 어빙은 그동안 몰래 찍은 사진을 선물한다. 앤은 잠깐 놀라고 미소 짓는다. 조와의 마지막 악수를 한다. 짧은 인사를 대신하고 그 둘은 작별한다. 기자 회견이 끝난 후 모두가 떠난 텅 빈 대사관을 홀로 한참을 서있던 조는 대사관을 터벅터벅 걸어 나온다. 그리고 자막이 하나 나타난다. The End.
나의 감상 평
로마의 휴일은 고전 영화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영화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지만 한여름 밤의 꿈처럼 달콤한 사랑을 오랜 시간 간직할 수 있는 아련한 사랑 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스토리, 배우들, 패션, 대사 등 모든 것이 완벽하다. 볼 때마다 사랑스러운 오드리 헵번의 대사와 행동 눈빛까지도 모든 것이 주옥같다. 이 영화를 찍을 당시 오드리 헵번은 무명 배우였으며, 그녀의 첫 주연 영화였다. 이 영화 편집을 처음 했을 때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이제 전 세계가 모두 오드리와 사랑에 빠질 것이다” 그의 예언은 적중했고, 수세기가 지나도록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여배우이다. 물론 혹자도 제일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언젠가 로마행 비행기 티켓을 끊고 앤 공주처럼 로마의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젤라토도 먹고 진실의 입에 손도 넣어 보며 노상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날이 오기를 기다릴 것이다.
영화 속 오드리 헵번의 패션 '헵번룩'
로마의 휴일은 영화로도 명작이지만 당시 오드리 헵번이 입은 스타일 또한 매우 유명하다. 여유로운 풀 스커트, 소매가 큰 블라우스, 목에 한 스카프까지 우아하면서도 발랄한 ‘햅번룩’을 창조해 내기도 했다. 오드리 헵번은 상당히 마른 체형이었는데 벨트로 강조한 가느다란 허리가 볼륨감 있는 블라우스를 강조해서 더운 센스 있는 패션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그녀만의 매력을 잘 끌어내었고 여전히 전 세계 패션에 영향을 주며 활용되고 있는 헵번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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