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원작 냉정과 열정 사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나는 결심했었다. 꼭 이탈리아의 피렌체 두오모에 가 보겠노라고.
2001년 개봉한 '냉정과 열정 사이"는 소설이 원작인 영화이다. 보통 소설이 원작인 경우 영화를 보고 실망하는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까지 읽는 사람이 많았다. 전형적인 멜로 영화이며, 주인공 두 남녀의 애틋함이 느껴지는 '냉정과 열정사이'. OST 로도 유명하며 전주만 들어도 아. 이거?라고 할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첼로 연주곡은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림 복원사 쥰세이
그림 복원을 배우러 이탈리아에 온 23살 쥰세이. 그에겐 좋은 스승 조반나 선생이 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읜 쥰세이에겐 스승 조반나는 어머니 같은 존재였다. 그날 저녁 여자 친구와 저녁 식사를 하는 쥰세이. 여자 친구 매미는 잔뜩 화가 나 '아오이'가 누구냐고 한다. 지난밤 잠결에 그녀의 이름을 또 부른 모양이다. 쥰세이의 또 다른 일본인 지인인 다카나시. 함께 스튜디오에서 복원 작업을 하는데 그는 늘 피해의식에 젖어있는 사람이었다. 늘 쥰세이를 의식하고 있지도 않는 루머를 만들기도 했다. 어느 날 조반나 선생은 1910년 작품 복원을 쥰세이에게 맡기게 된다. 그렇게 복원작업에 몰두하던 중 3년 만에 만난 친구에게 뜻밖의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밀라노에서 아오이를 만났다고. 친구는 쥰세이에게 아오이가 일하고 있는 보석상의 명함을 건네준다. 복원 작업에 집중이 되지 않는 쥰세이는 밀라노로 향했지만 보석상엔 그녀가 없었다.
다시 만난 아오이 그리고 엉망이 된 쥰세이
파티장에 초대를 받게 된 쥰세이. 그곳엔 아이오가 있었지만 옆엔 다른 남자도 함께 있었다. 아오이의 남자인 마빈과 대화를 하게 되는 쥰세이. 마빈은 끊임없이 아오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어떻게 친해지게 되었는지도. 그리고 쥰세이 앞에서 아오이와 사랑을 과시한다. 아오이를 다시 만나 희망이 차올랐지만 상처로 변해버린 쥰세이에게 더 큰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복원 중이던 치골리가 난도질이 당해 있었던 것이다. 누구 하나 쥰세이를 감싸주지 않았고, 경찰서로 끌려가게 된다. 하지만 무혐의로 풀려나고 그 사건 이후 그는 삶의 의미를 잊은 듯 보였다. 치골리 난도질 사건의 파장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었다. 사건이 신문에 실리면서 결국 스튜디오를 닫게 된 것이다. "넌 질투 따위에 지지 마렴. 너에겐 미래가 있으니깐" 따뜻한 조언을 남기고 떠나는 조반나 선생이었다. 더 이상 이곳에 남을 이유를 찾지 못한 쥰세이는 일본으로 돌아갔다. 쥰세이가 귀국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그의 집엔 여자 친구 매미가 이미 와 있었다. 할아버지는 귀국한 이유가 스튜디오 폐쇄뿐이었냐고 쥰세이에게 묻는다. 스튜디오 폐쇄는 사실 핑계였고 행복하게 지내는 아오이와 같은 나라에 있을 자신이 없어 도망 온 거였다. 함께 다니던 캠퍼스에게 아오이에게 마지막 편지를 쓰는 쥰세이. 어느 날 쥰세이의 할아버지가 쓰러졌다. 좀처럼 만나기 힘든 아버지가 나타났다. 그저 유산에만 관심 있는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위기가 넘어가자 바로 병원을 떠나 버린다. 한편 일본에서도 여자 친구 매미와의 다툼은 끊이지 않는다.
숨겨졌던 진실과 시작된 갈등
친구와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쥰세이. 헤어지는 찰나 쥰세이는 친구에게 묻는다. 돈 이야기는 뭐냐고. 친구는 쥰세이의 아버지가 아오이에게 돈을 주었다고 말해 준다. 이런 사실을 숨긴 채 아오이는 그때 중절 사실을 이야기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알지 못한 진실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사실 아오이의 중절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자궁 내 태아는 이미 사망해있었던 것이었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쥰세이는 분노하고 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쏟아 낸다. 지켜보던 매미의 가슴은 다시 한번 찢어진다. 한편 밀라노에 있는 마빈과 아오이에게도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마빈은 보석함에 있는 편지가 무엇이길래 아오이의 행동이 변했냐고 따진다. 아오이는 인정하기 싫었지만 분명 이 편지를 받은 후 감정의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던 것이다.
쥰세이의 편지 내용으로 회상한다. 1990년 봄, 일본. 어느 한 음반 매장에서 주인장에게 화를 내고 가는 아오이를 보는 쥰세이. 그 순간 그녀가 쥰세이의 마음에 들어왔다. 그날 이후 아오이를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 쥰세이. 그녀는 늘 혼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고집이 세고 자존심이 강한 탓에 쉽게 다가갈 수 없었던 쥰세이. 하지만 쥰세이의 열정에 아오이는 결국 마음의 문을 열었고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매일 같은 곳에서 같은 곡을 연주하던 첼리스트. 항상 같은 부분에서 실수를 했었다. 둘이 첫 키스를 하던 그날은 막힘없이 첼로 연주가 이어졌고, 더 이상 그 첼로 곡명이 생각나지 않는다며 편지를 마친 쥰세이였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공중전화 수화기를 드는 아오이. 수신자는 쥰세이, 아무 말 없는 수화기 너머 그는 "아오이?" 라며 불러본다. 아무 말하지 못하고 수화기를 내려놓는 그녀. 그때 다시 걸려오는 쥰세이의 전화. 조반나 선생의 사망 소식이었다. 쥰세이는 추모의 마음도 잠시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된다. 치골리의 그림을 찢은 사람이 바로 조반나 선생이었다고. 쥰세이의 재능을 질투해 그런 거라고. 스튜디오 사람들은 이 사실을 전부 알았지만 스튜디오가 폐쇄되는 것이 두려워 다들 말을 하지 않은 것이었다고. 이 소식에 다시 이탈리아행을 결심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매미는 뒤늦게 알게 되고 과거에만 집착하는 쥰세이를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둘은 헤어지게 된다. 한편 마빈은 마지막으로 아오이의 마음을 돌리려 찾아간다. LA로 함께 떠나자고. 고민 끝에 마음을 굳히는 아오이.
냉정과 열정사이 결말
쥰세이는 1년을 꼬박 복원 작업에 매달렸고 어느새 그날이 다가왔다. 10년 전 아오이와 약속한 장소. 바로 피렌체 두오모에 아오이의 30번째 생일날 만나자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아오이가 나타났다. 여전히 차가운 아오이와 이후 아무 계획이 없던 쥰세이. 약속이 있어서 왔다가 생각이 나서 한번 와 봤다는 아오이. 다짜고짜 쥰세이를 이끌고 어디론가 향한다. 미니 연주회였다. 그런데 잠시 후 깜짝 놀랄만한 일이 일어난다. 10년 전 캠퍼스에서 아오이와 듣던 바로 그 첼로 연주였던 것이다. 둘은 연주를 들으며 옛 생각을 한다. 그리고 둘은 첫 키스를 했던 것처럼 첼로곡 앞에서 키스를 한다. 그때보다는 좀 더 진하게. 둘은 그날 밤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이전의 감정을 회복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다음날 아오이는 다시 차갑게 쥰세이를 밀어내고 떠난다. 쥰세이는 어제 그 미니 연주회 장소에 다시 찾아간다. 그리고 알게 된다. 아오이의 부탁으로 어제 그 첼로곡을 연주하게 된 것을. 표현은 차갑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차린 쥰세이. 사실 1년 전 마빈이 아오이에게 LA로 함께 가자고 했을 때 거절한 그녀였다. 그녀에겐 쥰세이가 전부라며. 쫓아갔지만 역에서 그녀를 찾을 수 없었던 쥰세이. 밀라노로 이미 떠나버린 기차보다 15분 일찍 앞지를 수 있는 기차를 탔다. 결국 먼저 도착한 쥰세이는 아오이를 다시 만났고, 기차역의 수많은 군중 속에서 둘은 서로 웃으며 영화가 끝이 난다.
다시 본 영화 감상은?
그냥 솔직히 표현하면 될 것을. 뭘 그렇게 힘들게 빙빙 둘러서 차갑게만 대했는지 아오이의 감정이 참 복잡하다 생각했다. 자존심이 너무 세서 쥰세이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연예 스타일과는 조금 거리가 먼 방식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저때는 뭔가 더 애절하고 감성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이게 벌써 20년 전 영화라니. OST가 좋아서 더 영화에 몰입했는지도 모르겠다. 살면서 우린 때로는 냉정과 열정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하지만 냉정이 너무 길어지면 고구마가 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오랜만에 넷플릭스로 다시 보면서 아름다운 영상미, 특히 OST가 좋았던 '냉정과 열정사이' 쌀쌀해지는 가을에 보기 좋은 멜로 영화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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